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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갯벌
단순한 진흙 땅을 넘어 지구의 기후 위기를 방어하는 최전선. 한국의 갯벌과 전통 김양식이 품고 있는 '블루 카본'의 놀라운 비밀을 통해 대한민국 자연유산의 압도적 가치를 증명하는 이야기.
태그(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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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지구의 기후 위기를 막아낼 최후의 방어선이 아마존 열대우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진흙탕 속에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단순한 펄밭을 넘어 거대한 오염을 정화하고 전 세계 탄소를 빨아들이는 갯벌의 기적. 콧대 높은 세계 생태학계마저 무릎 꿇게 만든,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 자연유산의 압도적이고 가슴 벅찬 서사가 지금 시작됩니다."
※ 1: 오만한 이방인과 콘크리트의 편견 : 격돌하는 회의장
차갑고 육중한 대리석 기둥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대회의장. 수백 명의 각국 대표단과 세계 최고 권위의 생태학자들이 운집한 그 거대한 공간 안에는, 숨소리조차 날카롭게 느껴질 만큼 팽팽하고 무거운 긴장감이 짓누르고 있었다. 회의장 전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에는 대한민국의 정밀한 지도가 띄워져 있었고, 서해안과 남해안의 굴곡진 해안선을 따라 붉은색 선들이 복잡하고 장엄하게 그어져 있었다. 한국의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최종 프레젠테이션 자리. 지난 십수 년간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갯벌의 진흙탕 속을 뒹굴며 피땀 흘려 연구에 매진해 온 내 손끝은, 극도의 긴장감과 사명감으로 인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준비했던 모든 발표가 막 성공적으로 끝나려던 찰나, 세계자연보전연맹 즉 IUCN의 수석 평가관이자 해양 생태계 분야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영국 출신의 리처드 박사가 마이크의 전원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날카로운 하울링 소리가 회의장의 엄숙한 적막을 잔인하게 찢어발겼다.
"강 박사님, 우리 서로 의미 없는 가식의 껍데기는 벗어던지고 아주 솔직해집시다."
리처드 박사는 콧대에 걸친 금테 안경을 신경질적으로 치켜올리며, 특유의 오만하고 차가운 영국식 억양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단상에 선 나를 똑바로 향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지독한 편견과 서구 중심적인 조롱이 짙게 깔려 있었다.
"대한민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가 경악할 만한, 그야말로 맹렬하고도 기적적인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입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더군요. 하지만 우리 생태학자들의 눈에 비친 그 기적 같은 성장의 이면에는 도대체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습니까? 그 탐욕스러운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한반도의 수많은 아름다운 해안선이 차갑고 생명력 없는 회색 콘크리트로 무참히 덮였고, 바다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강제로 막아선 거대한 방조제들이 갯벌의 숨통을 잔인하게 끊어놓지 않았습니까? 새만금을 비롯한 수많은 간척 사업으로 바다를 메워 거대한 공장을 짓고, 갯벌을 파괴하며 국가의 부를 축적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꾸어, 남은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라며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수십 년간 자행해 온 무자비한 환경 파괴의 참혹한 역사를 교묘하게 감추고 세계의 여론을 호도하려는, 아주 얄팍하고 위선적인 그린워싱에 불과합니다. 환경을 파괴해 부자가 된 자들이 이제 와서 환경 수호자인 척하는 위선을, 우리 위원회가 용납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입니까?"
그의 독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크린의 제어권이 넘어가며 과거 한국의 대규모 간척 사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흑백과 컬러 사진들이 번갈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덤프트럭들이 쉴 새 없이 바다에 흙과 바위를 쏟아붓는 장면, 바닷길이 막혀 수분이 증발한 채 가뭄의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죽어가는 갯벌의 참혹한 풍경들, 그리고 갯벌을 밀어내고 들어선 삭막한 공장 지대의 굴뚝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들이었다. 회의장 곳곳에서 서구권 학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와 노골적으로 동조하는 헛기침 소리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공기는 한겨울의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수백 년 전 자신들의 울창한 숲을 모두 베어버리고 산업혁명을 일으켜 지구를 오염시켰던 서구의 선진국들이, 이제 와서 자신들의 잣대로 개발도상국과 아시아의 자연을 평가하는 그 지독한 내로남불과 오만함. 그리고 대한민국을 단지 '자연을 무자비하게 착취해 단기간에 성장한 졸부 나라'로만 깎아내리려는 깊고 폭력적인 편견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저들의 오만한 편견과 조롱 어린 시선 뒤에 가려진, 우리 갯벌의 진짜 위대함과 피눈물 나는 생명력을 오늘 이 자리에서 반드시 증명해야만 한다.'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분노와 억울함을 이성으로 꾹 짓누르며, 오히려 입가에 희미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흔들림 없는 강인한 눈빛으로 단상 앞으로 한 걸음 더 걸어 나갔다. 마이크를 고쳐 잡는 내 손에는 더 이상 조금의 떨림도 남아있지 않았다.
"리처드 박사님, 그리고 이 무거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각국 대표 여러분. 우리가 과거에 경제 성장과 절대적인 생존이라는 절박한 이름 아래, 우리의 소중한 자연 어머니에게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혔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는 사실은 결코, 단 한순간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굶주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서운 바다를 막아야 했고,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생명력 넘치는 갯벌을 차가운 흙과 콘크리트로 덮어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으나, 동시에 대자연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원죄였음을 우리 모두가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소란스럽던 회의장에 모인 수백 명의 시선이 일제히 내 입술로 쏠리며 묘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단호하고 묵직한, 폐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박사님. 당신들이 저 차가운 서류 더미와 위성사진 속에서 완벽하게 놓치고 있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갯벌은 결코 그 차가운 콘크리트와 폭력적인 방조제 앞에 완전히 굴복하거나 소멸하지 않았습니다. 대자연의 힘은 우리 인간의 알량한 상상과 파괴력을 아득히 초월했습니다. 무자비한 개발 속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은 우리의 갯벌은, 그 혹독하고 잔인했던 산업화의 끔찍한 상흔을 스스로 핥고 치유해 냈으며, 오히려 그 고통의 시간을 자양분 삼아 진화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갯벌은 단순히 한반도의 해안을 지키는 펄밭을 넘어, 전 지구적 기후 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을 방어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놀라운 무기로 거듭났습니다."
나는 손에 쥔 프리젠터의 버튼을 강하게 눌러 스크린의 화면을 단숨에 전환했다. 과거의 끔찍했던 파괴의 사진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붉은 석양빛을 받아 마치 거대한 황금 카펫을 깔아놓은 듯 찬란하게 빛나는, 광활하게 펼쳐진 한국 서남해안 갯벌의 장엄한 하이레졸루션 영상이 회의장 전면을 웅장하게 가득 채웠다. 그 압도적인 대자연의 스케일과 살아 숨 쉬는 듯한 역동적인 질감에, 장내를 가득 채우던 수군거림이 일순간 마법처럼 멎었다.
"저는 에어컨이 나오는 이 쾌적하고 안전한 파리의 대회의장 안에서, 책상머리에 앉아 낡은 과거의 데이터와 서구 중심적인 편견만으로 내리는 탁상공론의 판결은 단호히 거부하겠습니다. 리처드 박사님, 내일 당장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십시오. 그리고 대한민국의 그 거대한 갯벌 한가운데 당신의 두 발로 직접 서서, 그 시커먼 펄밭이 어떻게 경이롭게 숨을 쉬고, 어떻게 육지의 끔찍한 오염을 정화하며, 어떻게 이 병든 세계를 소리 없이 구원하고 있는지 당신의 그 푸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십시오. 당신이 갯벌의 거친 숨결을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신 후에도 이것이 여전히 그린워싱의 사기극이라 생각하신다면, 그때는 대한민국의 유산 등재 신청을 제 손으로 완벽하게 철회하겠습니다."
나의 거침없고 당당하며 도발적인 역공에, 회의장은 일순간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정면 돌파이자 배수진이었다. 나는 단상에 꼿꼿하게 서서, 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리처드 박사를 똑바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응시했다. 그의 콧대 높고 날카롭던 눈동자에 미세한 당혹감과 지적 호기심이 뒤섞인 균열이 생기는 것을, 나는 무대 위에서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대자연의 자존심과 미래를 건, 치열하고도 장엄한 증명의 여정이 막 그 화려하고 무거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2: 대지의 호흡 : 진흙탕이라는 오해를 부수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그 긴장감 넘치던 회의가 끝난 지 불과 며칠 뒤, 한반도의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드넓은 해안가. 하늘과 맞닿은 둥근 수평선까지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거대하고 웅장한 갯벌 앞에, 리처드 박사를 위시한 유네스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핵심 조사단 일행이 굳은 표정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파리에서의 나의 도발적이고 치명적인 제안을 수락한 그들은, 서류가 아닌 두 눈으로 직접 진실의 밑바닥을 확인하겠다며 기꺼이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감수하고 한국행을 택한 것이다. 계절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매서운 초겨울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고, 차가운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내 섞인 갯바람이 두꺼운 외투의 옷깃을 매섭고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었다.
마침 달의 인력이 바닷물을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끌어당긴 간조 시간. 갯벌은 바닷물 속에 감추고 있던 거무스름하고 거대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가슴 장화라고 불리는 두꺼운 고무 방수복을 가슴끝까지 차려입고, 조심스럽게 그 검고 찰진, 한없이 질척이는 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발목을 넘어 종아리, 심지어는 무릎 가까이까지 푹푹 빠져드는 끈적하고 육중한 펄밭의 위력에, 평생을 에어컨이 나오는 깨끗한 대학교 연구실이나 산호초가 펼쳐진 잘 정돈된 서양의 백사장 해변에서만 연구해 온 서구의 엘리트 평가관들은 당황한 기색을 전혀 감추지 못하고 연신 비틀거리며 춤을 추듯 허우적거렸다. 질퍽, 찌익. 쿨럭. 무겁고 찰진 진흙이 그들의 장화를 집어삼킬 듯 강하게 끌어당기며 내는 거친 마찰음이 황량한 갯벌 위로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오, 맙소사! 주여, 이건 정말 최악이군요! 한 걸음 내딛기조차 이렇게 끔찍하게 힘들다니요. 걷는 내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이 끈적한 진흙의 바다에 완전히 갇혀버린 기분입니다. 도대체 똑바로 걷는 것조차 불가능한 이 척박하고 더러운 진흙 구덩이에, 무슨 대단하고 위대한 생태적 가치가 숨겨져 있다는 겁니까?"
스페인 출신의 해양 생물학자 엘레나 연구원이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짜증 섞인 불평을 쉴 새 없이 터뜨렸다. 그녀는 연신 자신의 무거운 장화에 잔뜩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찰진 진흙 덩어리를 털어내려 낑낑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있었다. 리처드 박사 역시 거친 숨을 헐떡이며, 극도로 못마땅하고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사방의 회색빛 풍경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오만한 눈에 비친 이곳은 생명력이 넘치는 위대한 대자연이 아니라, 그저 시커멓고 냄새나며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흙먼지투성이의 거대한 늪,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불만으로 가득 찬 그들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술 위로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여러분, 제발 잠시만 그 불평과 짜증을 멈추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보십시오. 그리고 시각에 의존하여 겉모습만 판단하려는 인간의 얄팍한 오만을 내려놓고,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여러분의 발밑에서 들려오는 대지의 소리에 온전히 모든 감각을 집중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불쾌해하며 밟고 서 있는 이곳은 결코 죽어있는 척박한 진흙탕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생명체가 치열하게 연주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한복판입니다."
내 단호하고 무게감 있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조사단 일행은 마지못해 거친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살을 에이는 거센 갯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 같던 그 막막한 고요함 속에서, 질척이는 인간의 분주한 발소리가 완전히 멎자, 비로소 갯벌이 수만 년간 품고 있던 진짜 경이로운 목소리들이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깨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미세한 떨림과 파찰음이었다. 그러나 이내 수만, 수십만, 아니 수백만 개의 백색소음들이 겹겹이 화음처럼 쌓이며 거대한 공간을 꽉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뽁, 뽁, 바스락, 사사삭. 찰박찰박.
"이, 이게 무슨 소리죠? 사방에서 무언가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땅 전체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엘레나가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손을 들어 가리킨 갯벌의 표면에는, 인간의 시선이 머물지 않던 곳에서 믿을 수 없는 생명의 스펙터클한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컷의 상징인 붉은색의 거대한 한쪽 집게발을 가진 농게 수백만 마리가 일제히 작은 구멍에서 기어 나와, 마치 군무를 추듯 집게발을 위아래로 힘차게 흔들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경쾌한 바스락거림. 툭 튀어나온 두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진흙 위를 쏜살같이 미끄러져 가다가, 영역 다툼을 하며 수면 위로 높게 튀어 오르는 짱뚱어들의 찰박임. 그리고 무엇보다, 시커먼 진흙 속 깊은 곳에 켜켜이 숨어 있는 수조 개의 갯지렁이와 조개류들이 생존을 위해 대기의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만들어내는 생명의 숨구멍 소리. '뽁, 뽁' 하고 진흙 표면의 기포가 터지는 그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마찰음들이 사방에서 합쳐져, 마치 광활한 거대한 대지가 거친 숨을 내쉬며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짐승의 흉부처럼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이게 전부 시궁창 같은 진흙 속의 생명체가 내는 소리라고요? 맙소사, 죽어있는 흙더미가 아니었어! 땅 전체가 살아서 맥박을 뛰며 호흡하고 있군요!"
리처드 박사의 콧대 높고 창백했던 얼굴이 걷잡을 수 없는 경악과 충격, 그리고 대자연을 향한 원초적인 경외감으로 물들었다. 나는 무릎을 굽혀 갯벌의 진흙 한 줌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푹 퍼 올렸다. 검고 차가운 진흙이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반짝였다.
"잘 보십시오. 여러분이 냄새나는 오물이라 불평하던 이 한 줌의 시커먼 진흙 속에, 놀랍게도 서유럽 해안 전체에 서식하는 것과 맞먹는 종류의 어마어마한 미생물과 저서생물이 빽빽하게 밀집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또한 이곳은, 혹독한 시베리아의 겨울을 피하기 위해 남반구의 호주나 뉴질랜드까지 무려 수만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날아가는 넓적부리도요 같은 멸종 위기의 철새들이, 비행 중 유일하게 내려앉아 굶주린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비축하여 목숨을 구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생명의 주유소입니다. 심각한 환경 오염과 이토록 거대하고 폭발적인 생명의 번성은 결코 한자리에 공존할 수 없습니다. 오만한 인간의 눈에는 그저 흙탕물로 보일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토록 맹렬하고 치열하게 살아 숨 쉰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갯벌이 가진 첫 번째 기적입니다."
내 열정적인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장화의 진흙을 털어내기 바빴던 평가관들의 손길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그들은 한없이 겸허해진 표정으로, 발밑에서 생동감 넘치게 약동하는 생명의 교향곡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책상머리에서 낡은 교과서와 서류 수치만으로 자연을 오만하게 재단하려 했던 서구의 엘리트 지식인들은, 한반도 대자연이 뿜어내는 그 날것 그대로의 장엄하고도 거친 호흡 앞에서 완전히 압도당한 채,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경이로움에 할 말을 잃어가고 있었다.
※ 3: 산업화의 상흔과 정화의 기적 : 위대한 치유자
갯벌이 품고 있는 폭발적인 생명력의 소리에 속수무책으로 압도된 것도 잠시, 우리의 고된 여정은 진흙탕을 따라 계속해서 이동하여 거대한 산업 단지와 방조제가 아스라히 시야에 들어오는 생태계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부근에 다다랐다. 붉은 노을을 등지고 회색빛의 위압적인 자태로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화학 공장의 굴뚝들, 그리고 육지의 땅과 갯벌의 바다를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갈라놓은 거대한 잿빛 콘크리트 방조제의 모습은, 방금 전까지 경탄했던 아름다운 대자연과 지독하게 이질적이고 끔찍한 풍경의 대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침묵을 지키며 걷고 있던 리처드 박사가 마치 자신의 첫 주장을 뒷받침할 완벽하고 치명적인 증거라도 마침내 찾았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날카롭게 벼린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강 박사님, 저 흉물스러운 풍경을 똑바로 보십시오. 저 하늘을 찌를 듯한 위압적인 공장 굴뚝과 갯벌의 숨통을 강제로 틀어막은 잿빛 방조제. 저것이야말로 당신들의 그 잘난 눈부신 경제 성장이, 이 위대하다는 갯벌의 생명력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조여 왔다는 명백하고 끔찍한 살육의 증거 아닙니까? 아무리 이 시커먼 펄밭에 수조 마리의 미생물과 생명체가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한들, 저 거대한 육지에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끔찍한 산업 폐기물과 인구 수천만 명의 도시 오염수를 모두 감당해 낼 수는 없을 겁니다. 이 땅은 결국 자연을 지배하려 든 인간의 지독한 탐욕에 의해 병들고 썩어가며 죽음을 맞이할 운명입니다."
그의 신랄하고 예리한 지적은, 실제로 한국의 갯벌이 지난 수십 년간 처해야만 했던 가장 뼈아픈 과거의 흑역사이자 현재 진행형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후벼 파고 있었다. 엘레나 연구원과 다른 조사단 일행들도 그의 말에 동조하듯 심각하고 우려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당황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이 결정적인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내 외투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둔 수질 측정 데이터와 위성 분석 자료가 상세히 띄워진 태블릿 PC를 꺼내어 리처드 박사의 손에 정중히 쥐여 주었다.
"박사님의 깊은 우려와 질타, 생태학자로서 십분, 아니 백 번 이해합니다. 과거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생태학자들과 국민들 역시 매일 밤잠을 설치며 당신과 똑같은 이유로 분노하고 두려워하며 절망했습니다.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눈먼 경제 발전을 좇으며, 자연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무자비하게 바다를 막아 육지를 만들고 공장을 세웠으니까요. 결국 오염 물질이 쏟아져 이 서해안의 갯벌이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죽음의 바다로 변할 것이라 모두가 확신하고 자조했습니다. 하지만 박사님, 대자연의 위대한 생명력과 경이로운 치유력은, 우리 인간의 얄팍한 어리석음과 계산기 두드리는 예측을 까마득한 우주 너머로 뛰어넘었습니다. 제가 방금 드린 최신 위성 데이터를 직접 스크롤하며 자세히 살펴보시죠."
리처드 박사는 반신반의하는 찌푸린 표정으로 태블릿의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육지의 오염된 하천에서 갯벌로 쏟아져 유입되는 초기 수질 데이터와, 그 물이 수 킬로미터의 갯벌 지대를 통과하여 마침내 먼바다로 빠져나갈 때의 해수 오염도 변화 수치를 확인한 순간. 그의 날카롭던 파란 눈동자가 급격히 커지며 지진이 난 듯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 이럴 수가... 이게 정말 팩트입니까? 육지의 공장과 도시에서 배출된 엄청난 수치의 질소, 인, 그리고 인간에게 치명적인 각종 중금속과 오염 물질의 농도가, 이 갯벌 지대를 통과하자마자 기적처럼 제로(0)에 가깝게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군요! 이건 현대 과학의 물리적 필터링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데이터입니다. 도대체 펌프나 정수 시설 하나 없는 이 광활한 펄밭에서, 어떻게 이런 압도적이고 마법 같은 정화 능력이 자발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겁니까?"
믿을 수 없는 수치에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들을 향해, 나는 갯벌 깊숙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매서운 갯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리고 있던 긴 갈대 한 줄기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힘을 주어 쑥 뽑아 들어 보여주었다. 갈대의 복잡하게 얽힌 잔뿌리 주변에는 미세하고 시커먼 진흙이 마치 접착제처럼 촘촘하고 단단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비밀의 열쇠는 바로 여러분이 아까 불평하며 밟고 지나온 이 끈적한 땅, 펄 그 자체에 있습니다.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을 구성하는 수십조 톤의 아주 미세한 펄 입자들은, 그 입자가 너무나 작아 전체 표면적이 어마어마하게 넓습니다. 그래서 육지에서 강물을 타고 흘러드는 온갖 오염 물질들을 마치 강력한 진공 스펀지처럼 자신의 몸에 흡착해 버리죠. 그리고 아까 들으셨던 그 소리의 주인공들, 즉 진흙 속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수조 마리의 칠게, 갯지렁이, 조개류들이 24시간 내내 땅을 뒤집고 갈아엎으며 진흙 깊숙한 곳까지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합니다. 그러면 이 갈대와 칠면초 같은 갯벌의 염생식물들과 호기성 미생물들이, 펄에 흡착된 그 치명적인 오염 물질들을 완벽하게 분해하여 오히려 자신들이 자라나는 영양분으로 삼아버리는 완벽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나는 갯벌 너머 석양을 받아 반짝이는 맑고 푸른 먼바다를 가리키며 목소리에 강한 긍지와 힘을 실었다.
"과거 영국의 템스강이나 독일의 라인강이 눈부신 산업화의 대가로 오염되어 썩어가며 지독한 악취가 진동할 때, 그 선진국들은 죽어가는 강을 살리기 위해 수십조 원의 막대한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거대한 인공 하수 처리장과 필터를 지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이 끝없이 수백 킬로미터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 전체가, 대자연이 스스로 인간을 위해 만들어낸 세계 최대 규모의 '무동력 천연 정수기'로 24시간 쉬지 않고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갯벌은 상처받은 과거의 역사에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썩어가는 나약한 희생양이 아닙니다. 그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끔찍한 오염과 이기심을 묵묵히 제 품에 껴안고, 기적처럼 맑고 깨끗한 생명의 바닷물로 정화해 내는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고 위대한 대지의 치유자입니다."
과학적이고 치밀한 데이터와, 눈앞에 살아 숨 쉬며 오염을 걸러내는 대자연의 생생한 결합. 그 완벽하고 논리적인 증명 앞에서, 이곳을 단순히 산업화에 짓밟혀 생명력을 상실한 오염된 땅이라 섣불리 확신하며 공격했던 평가관들의 콧대 높은 얼굴은, 자신들의 무지와 편견에 대한 뼈저린 부끄러움과 갯벌의 위대함을 향한 경외심으로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경이로운 눈빛으로 발밑의 검은 진흙을 하염없이 내려다볼 뿐이었다.
※ 4: 검은 반도체, 김양식 : 착취가 아닌 완벽한 공존
육지의 끔찍한 오염을 묵묵히 정화해 내는 갯벌의 위대한 기적에 깊은 인상을 받은 조사단. 갯벌 탐사의 여정이 중반을 넘어서며, 우리는 갯벌이 품고 있는 또 다른 거대한 삶의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조수 간만의 차가 만들어낸 끝없이 넓고 평탄한 펄밭 위, 그 아득한 수평선 너머까지 마치 거대한 아마존의 열대우림이나 신비로운 고대 유적지처럼, 수십만 개의 대나무 지주가 일정한 간격으로 빽빽하게 박혀 있는 경이롭고도 기하학적인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은 바로 전 세계 김 소비 시장의 70퍼센트 이상을 싹쓸이하며 세계인들에게 기적의 식품, '바다의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대한민국 고유의 전통적인 '지주식 김 양식장'이었다.
오후가 되어 바닷물이 저 멀리 빠져나간 썰물 때가 되자, 갯벌 바닥에 튼튼하게 꽂힌 지주와 지주 사이에 길게 그물망처럼 매달린 촘촘한 김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찬란하게 쏟아지는 오후의 태양 빛과 매서운 갯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그 짙고 푸른, 생명력 넘치는 본연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것이다. 자연이 빚어낸 갯벌의 부드러운 곡선과, 인간이 수확을 위해 꽂아 넣은 꼿꼿한 직선의 대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완벽한 조화로운 풍경. 그 놀라운 시각적 파노라마 앞에서, 조사단 일행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목에 건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터뜨렸다. 그러나 스페인 출신의 엘레나 연구원만큼은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수첩에 무언가를 심각하게 끄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 박사님, 제가 생태학자로서 솔직하고 직설적인 의문을 하나 제기하겠습니다. 이 광활한 갯벌의 생태적 정화 가치가 뛰어나다는 것은 방금 전 데이터로 충분히, 그리고 완벽하게 증명되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 끝없이 펼쳐진 구조물들을 보십시오.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갯벌 한가운데에 인공적인 말뚝을 수십만 개나 박아놓고 해조류를 집단 양식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경제적 이익과 돈을 위해 갯벌이라는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고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대규모 상업적 행위가 아닙니까? 우리가 유네스코를 통해 보호해야 할 '자연 그대로의 훼손되지 않은 원시적 유산'으로 평가하기엔,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과 자본주의적 침투가 너무 심각하고 폭력적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날 선 지적에는 서구 환경학계 특유의 고질적인 시선이 담겨 있었다. 여전히 인간의 모든 경제 활동과 자연 보호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자 대립적인 관계로만 바라보는, 철저히 분리된 서구식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짙게 깔려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신, 여유롭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펄밭을 조심스레 걸어가 가장 가까운 양식장 그물에서 금방 갓 채취하여 짭조름한 바닷물기를 촉촉하게 머금고 있는, 짙은 녹색의 싱싱한 생김 한 줌을 떼어내어 엘레나의 하얀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아 주었다.
"자연 생태계의 착취라뇨, 그리고 인위적인 환경 훼손이라뇨. 천만의 말씀입니다, 엘레나 연구원님. 여러분의 눈앞에 펼쳐진 이 거대한 지주식 김 양식법은 결코 현대 자본주의의 폭력적인 산물이 아닙니다. 이것은 수백 년 전, 이 땅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던 한반도의 선조들이 갯벌의 자연스러운 조수 간만의 리듬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뼈를 깎는 고민과 지혜를 모아 창안해 낸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친환경 생태 농법입니다."
나는 갯벌 사이로 실핏줄처럼 난 좁고 구불구불한 갯골을 활기차게 오가며, 통통거리는 모터가 달린 작은 뗏목 위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묵묵히 엎드려 김을 수확하고 있는 어민들의 주름진 구릿빛 얼굴을 가리켰다.
"이곳의 김들은 공장 수조에서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달의 인력에 의해 밀물이 들어와 갯벌이 바다에 푹 잠길 때는, 바닷물 속에 풍부하게 녹아있는 질소와 인 같은 미네랄, 영양분을 한껏 흡수하며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다시 썰물이 되어 이렇게 갯벌이 대기 중으로 완전히 드러날 때는, 매서운 바닷바람과 수분을 증발시키는 강렬한 태양 빛에 온몸을 직접 노출하여 치열하게 광합성을 하죠. 이 가혹할 정도로 극단적인 자연의 단련 과정이 반복되면서, 김은 스스로 악성 병해충을 이겨낼 수 있는 엄청나고 강인한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육지의 농사나 공장식 해산물 양식장에서 무더기로 들이붓는 인공적인 화공약품이나 살충제, 화학 비료 따위는 이곳에서 단 한 방울도 필요치 않습니다. 오직 태양과 바람, 그리고 바닷물이라는 자연 그 자체가 온전히 키워내는 생명입니다."
나는 다시 엘레나의 흔들리는 눈을 진지하고 확고하게 응시하며 한발 더 나아갔다.
"무엇보다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어민들이 힘들게 펄밭에 박아놓은 저 촘촘한 대나무 지주와 김 그물들이 썰물 때가 아닌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게 되면, 바닷물의 빠른 흐름을 잔잔하게 늦춰주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조류가 느려진 그 틈을 타서 수많은 멸치 떼와 어린 물고기들, 그리고 갑각류들이 포식자의 눈을 피해 안심하고 알을 낳고 숨어 지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안전한 거대한 산란장이자 은신처가 되는 것이죠. 인간의 경제적 양식 활동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갯벌의 생물 다양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인간이 갯벌이라는 대자연에 기대어 거대한 부(富)와 먹거리를 창출하면서도, 갯벌의 건강을 단 1퍼센트도 해치지 않고 오히려 해양 생태계를 살찌우며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선순환을 이루어내는 기적. 이것이 바로 서양의 그 어떤 환경 보호 교과서나 자연주의 철학에도 단 한 줄 등장하지 않는, 우리 대한민국 민초들이 수백 년간 대자연과 어우러져 완벽하게 공존해 온 위대한 삶의 방식입니다."
나의 벅찬 설명을 들은 엘레나의 눈이 이내 경이로움과 깨달음으로 커졌고,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촉촉하고 얇은 김 가닥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거대한 생명체인 갯벌과, 그 안에서 자연의 거대한 순리에 철저히 순응하며 지혜롭게 살아가는 인간의 끈질긴 삶이 마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시계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경이로운 풍경. 그 압도적이고 숭고한 상생의 서사 앞에서, 갯벌을 훼손하는 자본주의적 상업적 착취라며 날을 세우고 비판을 쏟아냈던 그들의 편협한 서구적 비판은, 마치 달의 인력에 밀려 달아나는 썰물처럼 흔적도 없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 5: 블루 카본의 충격 : 기후 위기를 구원할 최종 병기
서남해안의 웅장한 수평선을 온통 붉게 물들이던 거대한 태양이 바다 너머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서늘한 어둠과 함께 바닷물이 다시 갯벌을 부드럽게 덮으며 무서운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할 무렵. 하루 종일 매서운 갯바람을 맞으며 갯벌의 거친 숨결을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고된 실사 일정을 마친 유네스코 조사단 일행은,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해변 언덕 위에 임시로 차려진 베이스캠프 텐트로 모여들었다. 난로 위에 끓여낸 따뜻한 칡차 한 잔으로 꽁꽁 언 몸을 녹이는 그들의 눈빛에는, 아침 파리에서 보였던 오만함과 편견 대신 깊은 사색과 갯벌의 비밀을 향한 강렬한 지적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텐트 한가운데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섰다. 이제 이 콧대 높은 이방인들의 머릿속에 굳어진 낡은 지식 체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대한민국의 갯벌을 전 세계가 마땅히 보호해야만 하는 절대적이고도 절박한 이유를 그들의 심장에 각인시킬,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마지막 패를 꺼낼 차례였다.
"여러분, 피곤한 일정에도 끝까지 집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동안 여러분은 한국의 갯벌이 품은 경이로운 생명력과 육지의 끔찍한 오염을 스스로 정화해 내는 능력,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완벽하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여드릴 갯벌의 진짜 가치는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제가 스크린에 띄울 데이터는, 왜 한국의 갯벌이 단순히 한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넘어, 인류 전체의 전 지구적 생존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존재인지를 완벽한 숫자로 증명해 낼 것입니다."
나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조작하여 프로젝터와 연결된 화면을 띄웠다. 스크린에는 새빨갛게 달아올라 마치 용광로처럼 불타고 있는 끔찍한 지구의 열화상 지도가 나타났다. 최근 호주와 미국, 유럽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극단적인 열돔 현상, 최악의 가뭄 지역이 검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마치 지구가 피를 흘리며 고통받는 듯한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처드 박사님, 그리고 엘레나 연구원님. 여러분을 비롯한 서구의 수많은 저명한 환경 운동가들과 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오랫동안 아마존의 거대한 열대우림과 유럽의 울창한 숲을 '지구의 허파'라고 굳게 믿으며 그 보호에 천문학적인 예산과 열을 올려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류가 직면한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금 전 세계의 거대한 숲은 걷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과 초대형 산불로 인해 타들어가면서, 탄소를 흡수하여 지구를 식히기는커녕 도리어 그동안 머금고 있던 수천만 톤의 막대한 탄소를 다시 대기 중으로 뿜어내는 끔찍한 재앙의 진원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인류가 현대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굴뚝과 배기통을 통해 미친 듯이 뿜어내고 있는 저 막대한 온실가스와 탄소들을 도대체 누가, 지구의 어느 곳에서, 어떻게 흡수하며 이 끓어오르는 지구의 온도를 기적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것일까요?"
나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화면을 빠르게 전환했다. 불타고 있는 붉은색 지구 지도 위로, 한반도 서남해안의 갯벌 지대가 짙고 선명한 푸른빛을 강력하게 내뿜으며 겹쳐서 나타났다. (SFX: 두둥! 마치 거대한 심장 박동을 닮은 묵직하고 강렬한 전자음 이펙트)
"그 해답의 열쇠가 바로 여러분이 오늘 하루 종일 무거운 장화가 푹푹 빠져가며 투덜대며 밟고 섰던 냄새나는 진흙탕, 이 거대하고 끝없는 한국의 갯벌 속에 깊이 숨겨져 있습니다."
화면에 빽빽하게 나열된 복잡한 화학 기호와 수치 데이터를 유심히 분석하던 리처드 박사가, 의자를 뒤로 밀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안경을 벗어 두 눈을 거칠게 비비며 스크린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이, 이건... 블루 카본(Blue Carbon)? 육지의 식물이 아닌 맹그로브 숲이나 해양 생태계가 뿜어내는 막강한 탄소 흡수량을 나타내는 수치 아닙니까? 아니, 세상에... 오, 신이시여. 이럴 수가. 강 박사, 데이터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지금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진흙 펄밭의 단위 면적당 탄소 흡수율이 육지의 그 거대한 아마존 열대우림보다 무려 50배나 더 높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나무 한 그루 없는, 그저 시퍼런 바닷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척박한 펄밭에서 이런 어마어마하고 비상식적인 양의 탄소를 가둬둘 수 있단 말입니까?"
그의 당혹스러운 외침에 나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이며 텐트 안을 가득 채운 충격적인 침묵의 공기를 갈랐다.
"박사님께서 보신 데이터는 단 1퍼센트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사실입니다.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은 육지의 숲처럼 나무를 가연성 물질로 태워 애써 모은 탄소를 산불로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해 버리는 비극적인 일이 결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곳의 수백,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수조 톤의 미세한 진흙 입자들은, 매년 자동차 수십만 대가 내뿜는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와 탄소를 스펀지처럼 강력하게 흡수하여, 산소가 닿지 않는 진흙 속 수 미터 깊은 곳에 꽁꽁 가두어 영구적으로, 영원히 봉인해 버립니다. 거기에 더해, 여러분이 오늘 낮에 한낱 대자연의 훼손이자 상업적 착취라 의심하며 깎아내렸던 그 수백만 개의 거대한 대나무 김 양식장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 지주에 매달린 김과 해조류들이 썰물과 밀물을 교차하며 맹렬하게 광합성을 하면서, 바닷속에 기체로 녹아있는 온실가스를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는, 그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완벽한 '초대형 수중 탄소 진공청소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죠. 즉, 대한민국의 이 갯벌은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전방위적으로 지구의 치명적인 열기를 식히고 있는 심장입니다."
나는 텐트 안의 일행 한 명 한 명과 무거운 시선을 교환하며, 확신에 찬 단호한 목소리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이백 년간 무자비한 산업화와 화석 연료의 남용으로 푸른 지구를 붉게 병들게 한 것은 우리 인간의 씻을 수 없는 거대한 원죄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갯벌과, 그 위에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묵묵히 땀 흘려온 어민들은, 그 거대한 죄악의 찌꺼기를 그 어떤 대가나 명예도 바라지 않고 가장 완벽하게 씻어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후 위기로 인한 인류의 종말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낼 대자연의 최종 병기, 대한민국 갯벌의 진짜 위대한 모습입니다."
내 브리핑이 완전히 끝나는 순간, 극도의 충격과 경외감에 휩싸인 평가관들의 입에서 동시에 '헉' 하고 차가운 헛바람을 들이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의 갯벌을 한낱 더럽고 쓸모없는 냄새나는 진흙 덩어리로 치부하고, 우리의 생존을 위한 김 양식을 단순한 자본주의적 환경 훼손으로 오판했던 그들의 낡고 오만한 서구적 지식 체계가, 명백한 데이터와 자연의 섭리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며 무너져 내리는 통쾌하고도 짜릿한 지적 굴복의 순간이었다.
※ 6: 만장일치의 기립박수 : 세계가 대한민국에 무릎 꿇다
그 숨 막힐 듯한 갯벌의 진실과 마주했던 텐트 안의 밤으로부터, 정확히 3개월의 치열한 검증의 시간이 흘렀다. 중국 푸저우의 거대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장. 전 세계 21개 위원국 대표들과 수백 명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환경 전문가들이 숨을 죽인 가운데,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중앙의 높은 단상에 오르는 리처드 박사의 모습이 장내의 대형 스크린에 클로즈업되어 비추어졌다. 파리에서의 그 거만하고 날카로웠던, 누군가를 철저히 평가하고 재단하려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의 얼굴은 대자연의 거대한 위대함 앞에 마침내 무릎을 꿇은 구도자처럼 한없이 진지하고 경건해 보였다.
그는 단상 한가운데 서서 마이크를 두 손으로 꽉 쥐고 잠시 깊고 무거운 숨을 들이켰다. 이내 철저하게 준비해 온 두꺼운 활자 원고를 단상 옆으로 과감하게 밀어놓고는, 흔들림 없는 또박또박한 영국식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이신 각국 대표단과 동료 학자 여러분. 저는 오늘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석 평가관으로서가 아니라, 진실과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허해야 할 한 명의 비천한 생태학자로서 저의 끔찍하고 중대한 학문적 오류를 전 세계 앞에 솔직하게 고백하고자 이 무거운 자리에 섰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3개월 전 한국으로 실사를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갯벌이 그들의 무자비한 경제 성장에 무참히 짓밟힌 불쌍한 희생양이자, 지구상 해안가 어디에나 널려있는 흔하디흔한 진흙 펄밭에 불과하다고 심각하게 오판했습니다. 그것은 오만함의 극치였습니다."
정적에 휩싸여 있던 장내가 충격적인 자기 고백에 미세하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리처드 박사의 목소리는 점차 확신에 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제 두 발로 직접 그 질척이는 진흙을 밟고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대한민국의 갯벌은, 저의 얄팍한 지식과 서구 학자로서의 알량한 오만을 산산이 부수어버렸습니다. 저는 그 검고 냄새나는 진흙 속에서, 인류가 그토록 애타게 찾고 헤매던 기후 위기의 유일한 해답이자 살아 숨 쉬는 기적을 목격했습니다."
수백 명의 청중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다음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대한민국의 서남해안 갯벌은 단순히 철을 따라 이동하는 희귀한 새들이 잠시 굶주린 배를 채우고 거쳐 가는 작은 쉼터 수준을 까마득히 넘어섰습니다. 그 광활하고 끝없는 대지는 과거 육지에서 무자비하게 쏟아져 나온 끔찍한 산업화의 독성 오염 물질을 묵묵히 받아내어 스스로 정화해 내는 압도적인 대자연의 기적을 보여주었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뛰어넘는 효율로 탄소를 저장하는 '블루 카본'이라는 거대한 천연 탄소 금고가 되어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에서 인류의 생존을 단단히 방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백 년간 갯벌의 조수 간만의 리듬과 순리에 맞추어 자연과 완벽하게 상생하며 바닷속 탄소를 맹렬하게 흡수해 온 그들의 숭고한 김 양식 문화는, 인간의 필수적인 경제 활동과 자연 보호가 어떻게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공존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위대한 생태 교과서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연단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청중을 향해 두 팔을 뻗고 피를 토하듯 강렬하고 절박하게 외쳤다.
"이토록 압도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이토록 경이로운 대자연의 치유 능력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갯벌을, 우리가 지금 당장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영구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저는 단언컨대 우리 인류에겐 더 이상 맑은 하늘과 숨 쉴 수 있는 내일의 미래가 없을 것입니다!"
그의 처절하고 감동적인 마지막 연설이 끝나고, 정적을 깨며 의사봉을 든 총회 의장이 엄숙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그럼 리처드 박사의 보고를 바탕으로 최종 결의안을 상정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서남해안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동의하십니까?"
(SFX: 1초의 묵직하고 숨 막히는 정적 후, 탕! 탕! 탕! 둔탁하고 명쾌한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넓은 장내를 찢는다)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음을 전 세계에 공식 선포합니다!"
의장의 가슴 벅찬 선언과 동시에, 거대한 총회장의 대형 스크린에는 대자연을 압도하는 웅장한 크기의 태극기와 함께, 붉은 노을 속에서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한국 갯벌의 장엄한 자태가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게 펼쳐졌다. 숨을 죽이고 결과를 지켜보던 21개국 각국의 대표들과 콧대 높은 서구의 환경 학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기립하여 환호성을 지르며, 대한민국을 향해 우레와 같은 멈추지 않는 기립박수갈채를 쏟아냈다. 그 열광적이고 벅찬 환호의 중심,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왈칵 쏟아지는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애써 참으며 허공을 향해 두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그토록 가치 없는 진흙구덩이라며 멸시받고, 오염된 땅이라며 부당한 오해를 받았던 우리의 갯벌이 뿜어낸 반전의 위대한 진실. 그 압도적인 진실이 콧대 높은 세계 생태학계의 오만한 중심을 논리와 생명력으로 완벽하게 굴복시키고, 인류가 영원히 지켜내야 할 가장 찬란한 유산으로 인정받는 극강의 카타르시스가 내 온몸의 혈관을 타고 뜨겁게 관통하며 요동치고 있었다.
※ 7: 에필로그 : 위대한 유산, 지구의 심장으로 영원히 고동치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날 선 격돌의 시간, 그리고 중국 푸저우에서의 영광스럽고 숨 막히던 기립박수의 찬란한 순간을 모두 추억의 갈피로 접어 뒤로한 채, 나는 다시 내 청춘과 평생의 열정을 바쳐온 고국의 바다, 생명력이 넘치는 서남해안 갯벌로 조용히 홀로 돌아왔다. 두꺼운 고무 장화를 챙겨 신고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은 펄밭으로 한 걸음 내디디자, 두 발목을 묵직하고도 따뜻하게 꽉 감싸 안는 익숙한 진흙의 끈적한 감촉이 전해져 온다. 이 감촉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언제나 나를 안도하게 만든다. 두 눈을 감고 폐부 가장 깊숙한 곳까지 크게 심호흡을 하자, 약간 비릿하지만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맑고 거칠며 생명력 넘치는 갯바람이 내 온몸의 잠든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며 깊숙이 채워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서쪽 바다의 하늘. 멀리 둥근 수평선 너머로 세상을 온통 붉게 타오르게 만들며 떨어지는 장엄한 석양빛 아래로, 거대한 갯벌은 억겁의 세월과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흑진주처럼 끝없이, 그리고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광활하게 뻗어나간 진흙 평원 위로 묘한 질서를 유지하며 가지런히 늘어선 수만 개의 김 양식장 대나무 지주들이, 마치 폭풍과 쓰나미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대자연과 지구를 굳건하게 지키고 선 위대한 호위 병정들처럼 갯벌 위로 거대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달의 인력이라는 우주의 절대적인 법칙에 따라 밀물이 들어오며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하고 푸른 바다가 되었다가, 썰물이 빠지며 다시 무한한 생명을 품은 흑빛 대지가 되는 이 경이롭고 기적 같은 생명의 잉태 공간.
가만히 눈을 감고 회상해 보면 아찔하고 가슴 쓸어내리던 위기의 순간들도 참으로 많았다. 그 옛날 오직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눈먼 경제 발전과 무자비한 산업화라는 명목 아래, 거대한 잿빛 콘크리트 방조제에 갇혀 영영 숨이 끊어지고 썩어 질식할 뻔했던 끔찍한 절망의 시간도 분명히 이 땅의 역사 속에 존재했다. 하지만 이 위대하고 거룩한 대한민국의 갯벌은 결코 무지한 인간의 이기심 앞에 나약하게 무릎 꿇고 죽지 않았다. 오히려 묵묵히,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산업화가 쏟아낸 더럽고 치명적인 상흔들을 제 품에 꽉 끌어안아 기적처럼 맑은 물로 정화해 냈고,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미생물부터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오는 수천만 마리의 멸종 위기 철새들까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차별 없이 어미의 마음으로 품어 안았다. 그리고 이제는, 아마존을 뛰어넘는 '블루 카본'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고귀한 무기가 되어, 절망적인 기후 재앙의 벼랑 끝에 선 이 병든 세계를 구원할 최후의 생태적 보루로 당당히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그 갯벌의 끈질기고도 숭고한 역사는, 마치 온갖 외세의 잔인한 침략과 일제 강점기의 시련, 그리고 동족상잔이라는 전쟁의 참혹한 잿더미 속에서도 결코 굴복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끝끝내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눈부신 기적의 역사, 바로 우리 한민족의 꺾이지 않는 강인한 저력과 너무나도 완벽하게 빼닮아 있었다.
나는 붉은 노을이 찬란하게 깔린 수평선 너머를 향해, 거대한 브이(V) 자 대열을 그리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철새 떼의 장엄한 날갯짓을 바라보며,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뜨겁게 벅차오르는 폭발적인 긍지와 환희를 느꼈다. 세계의 지성을 자처하며 다른 나라의 자연을 평가하려 들던 서구의 그 잘난 엘리트 학자들조차 결국에는 데이터와 생명력의 경외감 앞에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무릎 꿇게 만든, 지구상 그 어디에도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 대자연의 압도적인 서사.
이 축복받은 땅은 이제 비단 우리 대한민국만의 영토가 아니다. 인류가 이 푸른 별,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멈추지 않고 뜨겁게 펄떡펄떡 고동쳐야 할 지구의 가장 거대하고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심장이다. 바다와 땅이 교차하는 그 찬란하고 신비로운 경계선에서, 수많은 외압과 오해, 편견에 맞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굳건히 지켜낸 우리의 위대한 갯벌. 이 위대하고 거룩한 진흙탕은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미래 세대, 그리고 전 인류를 향해 대한민국이 선사하는 가장 눈부신 긍지와 절대적인 자랑으로 남아 영원토록 살아 숨 쉴 것이다.
오디오 위로 거칠지만 평화롭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생동감 넘치는 갯벌 생명체들의 입체적인 백색소음이 세상을 따뜻하게 덮을 듯 웅장하게 울려 퍼지며, 가슴 뜨거웠던 갯벌 증명의 여정이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막을 천천히 내린다.
유튜브 엔딩멘트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쓸모없는 진흙탕이 기후 위기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지구의 심장이 되기까지. 편견에 맞서 싸워 마침내 세계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한국 갯벌의 반전 드라마,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으십니까? 콘크리트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거대한 생명력으로 우뚝 선 갯벌의 모습이 마치 온갖 시련을 이겨낸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와 닮아 있어 더욱 뭉클합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가슴에 벅찬 자부심을 남겼다면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따뜻한 '댓글' 한 줄 꼭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 품은 또 다른 위대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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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장엄한 노을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한국의 갯벌, 거대한 대나무 지주들이 박혀있는 김 양식장과 진흙 위를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 자연의 경이로움과 웅장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16:9 비율, 수채화, 글자 없음
Korea's endlessly stretching tidal flats against the backdrop of a majestic red sunset, a seaweed farm with giant bamboo poles, and silhouettes of people walking on the mud, an atmosphere filled with nature's wonder and grandeur, 16:9 ratio, watercolor, no text